2026.9.27.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에제18,25-28 필리2,1-11 마태21,28-32
주님을 닮은 주님의 제자다운 삶
“회개, 순종, 오늘”
“주님, 당신의 길을 알려 주시고.
당신의 행로를 가르쳐 주소서.”(시편25,4)
본격적인 가을입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 기도의 계절, 공부의 계절, 축제의 계절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참 좋은 선물의 계절입니다. 수도원 배밭의 둥글게 익어가는 배들도 우리에겐 좋은 공부가 됩니다. 아주 예전에 써놨던 배들 익어가는 모습도 여전합니다.
“어쩜 저리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꽃도 아름답지만 열매는 더 아름답다
화사한 배꽃도 좋지만 성숙한 배 열매는 더 좋다
가을 열매는 태양의 자식들
태양을 닮아 둥글둥글 환하다
사람도 주님 사랑으로 익어 열매되면
얼굴도 마음도 행동도
삶도 주님 닮아 둥글둥글 환하다”<배; 1998.9.26.>
둥근 태양 아래 둥글둥글(圓) 황금빛 찬란하게 익어가는(熟) 배 열매를 보고 원숙(圓熟)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가을은 기도의 계절, 공부의 계절이라 했습니다. 무슨 기도, 무슨 공부입니까? 가장 중요한 기도요 가장 중요한 공부는 무엇일까요?
바로 주님을 닮은 주님의 제자다운 삶을 위한 기도요 공부입니다. 이런 잘 살고 싶은 기도와 공부의 욕심은 청정욕淸淨慾이라 정말 좋습니다. 성인들의 욕심이 바로 이러했습니다. 주님을 대변한 바오로 사도의 마음이 그대로 주님의 심정을 반영한다 싶어 주옥같은 내용을 인용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 그대로 마음에 와 닿습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이 그리스도 안에서 격려를 받고 사랑에 찬 위로를 받으며, 성령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애정과 동정을 나눈다면, 뜻을 같이하고 같은 사랑을 지니고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이루어, 나의 기쁨을 완전하게 해주십시오.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십시오”
정말 성인같이 품위있는 삶입니다. 오늘은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입니다. 이들에게도 이런 인간다운 친절과 사랑의 자세가 참 절실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주님을 닮은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요? 세 부분에 걸쳐 그 방법을 나눕니다. 역시 한결같은 분투의 노력과 수행을 필요로 합니다. 첫째가 회개, 둘째가 순종, 셋째가 오늘입니다.
첫째, 회개의 삶입니다.
끊임없이 하느님 안 제자리 주님께 돌아가는 것이 회개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회개입니다. 한두 번 회개가 아니라 평생 날마다 회개의 여정을 살아야 합니다. 인간 영혼의 고질적 병인 무지와 허무에 대한 처방도 회개뿐입니다. 성전 옆 제 집무실 명칭이 바로 회심과 회개를 뜻하는 희랍어 <메타노니아>입니다. 그 옆 공간은 <회심의 뜰>이라는 아름다운 명칭입니다.
오늘 복음의 두 아들의 비유에서 맏아들이 바로 회개의 모범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당부에 “싫습니다.”하고 대답했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습니다. 바로 잘못을 뉘우쳐 회개하고 아버지의 명령을 따른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당대는 물론 오늘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처러 들립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요한이 의로운 길을 가르칠 때, 너희는 믿지 않았지만, 세리와 창녀들은 믿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끝내 그를 믿지 않았다.”
‘끝내 그를 믿지 않았다’니 얼마나 완고한 마음이요, 회개가 쉽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생각을 바꾸어 곧바로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대로 회개와 믿음은 하나로 직결됨을 봅니다. 회개를 통해 자기를 아는 지혜가 바로 겸손입니다. 그러니 회개 없이는 겸손도, 믿음도 없습니다.
둘째, 순종의 삶입니다.
회개는 순종의 열매로 드러납니다. 억지로가 아닌 자발적 사랑의 순종입니다. 이런 사랑의 순종이 영성의 잣대가 됩니다. 가을되어 잘 익은 배가 잘 떨어지듯. 순종으로 잘 익은 삶의 열매도 그러합니다. 참 아름다운 순종의 열매들입니다. 순종의 모범이, 우리가 보고 배울 영원한 롤 모델이 우리 삶의 영원한 중심인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간곡한 당부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이어지는 그 유명한 그리스도 예수님의 <비움의 찬가>입니다.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성무일도 매주 토요일 제1기도 때 마다 면면히 계승되어 노래하는 참 아름답고 깊은 <비움의 찬가>입니다. 여기서 강조되는 바 예수님의 비움과 순종이요 겸손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비움-낮춤의 겸손-순종이 하나로 이어집니다. 그러니 우리 삶에서 직면하는 온갖 어려움들을 비움을 배우고, 겸손을 배우고, 순종을 배우는 공부의 계기로 삼을 때 상처는 치유되고 영적 성장과 성숙에 이르러 주님을 더욱 닮아가게 될 것입니다.
셋째, 오늘을 사는 삶입니다.
바로 오늘 회개의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 하루입니다. 하루하루가 참 좋은 주님의 선물입니다. 지난 하루에 아쉬워 할 것도 아니고 내일을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오늘입니다. 행복도 내일이 아닌 오늘입니다.
오늘 잘 살면 내일은 내일대로 잘 됩니다. 그래서 제가 주는 보속 대부분은 <오늘 자기 전까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과거 아무리 못 살았어도, 오늘 잘 살면 됩니다. 과거 아무리 잘 살았어도 오늘 못 살면 소용이 없습니다. 에제키엘 예언자가 이를 명백히 밝힙니다.
“의인이 자기 정의를 버리고 돌아서서 불의를 저지르면 그것 때문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악인이라도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버리고 돌아서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그는 자기 목숨을 살릴 것이다.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다.”
결코 변절자가 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보시는 것은 어제도 내일도 아닌 언제나 <오늘> 지금 여기서 회개를 통한 의인의 삶입니다. 그러니 어제에 후회하지 말고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 회개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두 현자의 말씀도 유익합니다.
“오늘 고치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마라.”
“중유는 잘못을 지적받기를 좋아했기에 이름이 전해졌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허물에 대해 지적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통서;주돈이>
상호교정이 없는 공동체는 <약한 공동체>라는 옛 장상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초점은 바로 오늘입니다. 회개도, 겸손도, 순종도, 행복도, 하늘나라도, 실천의 자리는 바로 오늘 지금 여기입니다. 주님을 닮아 주님의 제자다운 축제인생의 삶을 살라 주신 기도의 계절, 공부의 계절이요 주님이 답을 주셨습니다.
1.회개의 삶입니다.
2.순종의 삶입니다.
3.오늘을 사는 삶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주십니다.
“주님, 저를 가르치시어 당신 진리로 이끄소서.
당신은 제 구원의 하느님, 날마다 당신께 바라나이다.”(시편25,5).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