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연중 제25주간 수요일)

1독서: 잠언 30,5-9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저에게 정해진 양식만 허락해 주십시오.>

복음: 루카 9,1-6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라고 제자들을 보내셨다.>

제목: 걱정을 내려놓고 주님께 맡기는 삶

1. 채움의 불안을 넘어서

가진 것이 늘어나면 마음이 놓일 것이라 믿고 평생을 쉼 없이 달려옵니다. 곳간을 채우고 통장의 잔고를 늘려야만 노후의 불안이 걷힐 것이라 여기는 것이 세상살이의 익숙한 법칙입니다. 그러나 성경의 현인 아구르는 정반대의 기도를 남겼습니다. “허위와 거짓말을 제게서 멀리하여 주십시오.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저에게 정해진 양식만 허락해 주십시오”(잠언 30,8).

이 고백은 더 많이 가져야만 안심하는 우리의 욕심을 돌아보게 합니다. 너무 배가 부르면 하느님을 잊고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반대로 너무 가난하면 먹고살기 힘들어 죄를 짓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구르는 이러한 사람의 약한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알맞은 은혜를 청한 것입니다. 이 기도는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와 그대로 이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마태 6,11)라고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며 욕심을 부리기보다, 오늘 주시는 양식에 감사하며 사는 것이 영혼의 평화를 지키는 참된 길입니다.

2. 손을 털고 길을 떠나라

성 베네딕도는 수도 규칙 34장에서 각자의 필요에 따라 나누어 주고, 많이 필요한 사람은 겸손해지며 적게 필요한 사람은 감사할 때 평화가 찾아온다고 가르쳤습니다. 내 몫에 만족할 줄 모르면 우리 마음은 언제나 불안하고 쫓기게 됩니다. 이렇게 내 손의 욕심을 털어내야 비로소 하느님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길을 떠나는 열두 제자에게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루카 9,3).

복음을 전하는 일은 내 손에 쥔 재산이나 세상의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잠언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말씀은 모두 순수하고 그분께서는 당신께 피신하는 이들에게 방패가 되신다”(잠언 30,5)는 약속을 믿는 일입니다. 제자들은 눈에 보이는 안전망을 모두 내려놓고 오직 주님의 말씀만 믿고 순종하며 길을 떠났습니다. 꼭 쥐고 있는 손을 펴야만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상 걱정을 털어버리고 하느님의 이끄심에 온전히 맡길 때, 제자들은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를 고치는 힘을 얻게 됩니다.

3. 상처로 증명한 거룩한 비움

오늘 교회가 기억하는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는 이 거룩한 비움을 온몸으로 보여주신 분입니다. 카푸친 작은 형제회의 수도자이자 사제였던 비오 신부님은 50년 동안 몸에 예수님의 다섯 상처를 품고 살아가며 세상의 죄를 대신 갚는 기도의 삶을 사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셨듯이, 비오 성인은 수도원의 차가운 고해소에서 하루 열 시간 넘게 머물렀습니다. 세상 물건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채, 죄에 묶여 울고 있는 수많은 사람을 풀어주고 아픈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치유해 주셨습니다. 성경이 가르쳐 주는 정해진 양식에 만족하는 마음과, 복음을 위해 짐을 내려놓는 비움의 삶은 비오 성인의 거룩한 사제직 안에서 아름답게 피어났습니다. 내일의 걱정 때문에 꽉 쥐고 있던 손을 이제는 편안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성 비오 신부님의 말씀처럼, “기도하고 희망하며 걱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