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독서: 갈라 3,22-29 <여러분은 모두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복음: 루카 11,27-28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는 행복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제목: 그리스도를 입는 삶
1. 옛 옷을 벗는 결단
옛날부터 사람은 신분에 따라 옷을 다르게 입었습니다. 벼슬아치는 관복을, 일꾼은 무명옷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옷도 사람 속의 욕심과 허물은 가리지 못합니다.
성경은 율법조차 우리를 영원히 구원하지 못하며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까지 감시자 노릇을 했을 뿐이라고 분명히 밝힙니다(갈라 3,24 참조).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죄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초대 교회 교부들은 세례 때 옛 옷을 벗는 행위가 죄로 물든 옛 삶을 버리는 결단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물에서 나와 흰옷을 입는 세례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을 입고 새로 태어났음을 뜻합니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갈라 3,27).
오늘날 수도자가 수도복을 입는 착복식도 같습니다. 세례의 은총을 되새기며 삶 전체로 그리스도를 입겠다는 다짐입니다.
2. 세속의 잣대를 넘는 일치
세상은 가진 재산과 배경으로 편을 가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옷을 입은 사람에게는 이런 계산법이 통하지 않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단호하게 외칩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라 3,28).
그리스도를 입은 사람은 과거의 처지에 묶이지 않고 주님 안에서 한 자녀가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한 여자는 세상의 시선으로 감탄합니다.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루카 11,27).
자식의 출세를 어머니의 복으로 보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생각을 바로잡아 주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카 11,28).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낳은 혈육을 넘어,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며 순명하신 첫 제자이기에 복되십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처럼, 성모님은 그리스도를 몸으로 낳은 것보다 믿음으로 마음에 모신 제자로서 더 복되신 분입니다.
3. 말씀을 살아내는 참된 복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일은 단순히 귀로 흘려듣는 것이 아닙니다. 내 생각보다 말씀을 앞세우고, 매일의 삶 속에서 실천으로 옮기는 순명입니다. 또한 말씀을 지킨다는 것은 거친 세상살이 속에서도 주님의 뜻을 마음에 품고 깊이 묵상하며 삶의 기준으로 삼는 굳건한 태도입니다(루카 2,19.51 참조).
삶의 무게가 무거워도 주님의 은총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이미 그리스도를 새 옷으로 입었습니다.
세상의 헛된 껍데기를 벗어버려야 합니다. 오늘 들려오는 말씀을 마음에 품고 담담히 세상 속에서 살아내야 합니다. 임마누엘 하느님께서는 당신 말씀을 지키는 자녀들과 늘 함께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