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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0.연중 제29주간 화요일

에페2,12-22 루카12,35-38

깨어 있어라

“깨어있음 예찬, 그리스도의 평화”

“깨어 있어라.”

오늘 복음의 주제이자 강론 제목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깨어 있음>입니다. 사람만이 깨어 있을 수 있고 깨어 있을 수 있기에 존엄한 품위의 사람입니다. 사람 아닌 그 무엇도 깨어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깨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잠든 상태로 생각 없이, 영혼 없이, 자기를 잊고, 잃고, 함부로 되는 대로 막 사는 이들도 많습니다. 

참으로 깨어 있을 때 진짜 살아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기도의 목적도 깨어 사는 데 있습니다. 여기 수도원의 성전 뒤 벽에도 깨어 있음을 촉구하는 부엉이 사진이 있고, 제의방과 제 집무실 앞에도 영롱한 눈을 지닌 핀란드 흰올빼미 상이 있습니다. 도미니코 수사의 종신서원 상본 성구도 <깨어 있어라>입니다. 

오늘 <깨어 있어라> 복음 앞에는 <보물을 하늘에 쌓아라>는 가르침이 있고, 이어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의 비유가 나옵니다. 참으로 깨어 있을 때, 하늘에 보물을 쌓는 주님의 충실한 종의 삶이겠습니다. 깨어 있을 때 저절로 이어지는 깨달음이요 깨끗한 마음입니다. 오래전 깨어 있는 삶을 희구希求하며 쓴 자작시 두 편도 생각납니다.

“흐르는 세월 꼭 강 같다

 임의 바다에 

 이르는 날까지

 맑은 강 되어 깨어 흐른다 

 살아 있는 그날까지”<임의 바다; 2000.5.31.>

“한 숨 못자고 

 밤새 꼬박 깨어 있었구나

 해바라기

 낮에만 아닌 밤에도 해바라기

 사람보다 낫네”<해바라기; 2000.6.22.>

오늘 주님도 시공을 초월하여 당대의 제자들과 오늘의 우리들에게 깨어 있음을 촉구합니다. 참으로 절박한 주님의 당부입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영혼의 등불 환히 켜들고 늘 깨어 준비하며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혼인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주인을 주님으로 바꿔도 그대로 통합니다. 그러니 예고 없이 주님이 오시듯 사고도 병도 죽음도 그렇게 올 것입니다. 그러니 늘 준비하며 기다리는 유비무환의 삶이 참으로 절실합니다. 깨어 있을 때 <시詩>라는 반가운 손님도 찾아옵니다. 참 행복도 참 기쁨도 깨어 있음에 있음을 오늘 복음이 입증합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정말 깨어 있는 참 행복한 주님의 종으로 살고 있는지요? 깨어 있음의 영적 유익이 한 둘이 아닙니다. 깨어 있음은 주님의 현존입니다. 깨어 있음은 은총입니다. 깨어 있음은 빛이요 생명입니다. 깨어 있음은 노력입니다. 깨어 있음은 순수입니다. 깨어 있음은 기도요 침묵입니다. 깨어 있음은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깨어 있음은 사랑이요 자유요 평화입니다. 깨어 있음은 조화와 균형, 일치와 질서입니다. 참으로 깨어 있을 때 영적건강에 육적 건강입니다. 깨어 있을 때 죄악의 유혹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깨어 있음은 영적 삶의 모두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절로 깨어 있음이 아니라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이 깨어 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기다릴 그리움의 대상이, 기쁨이 없으면 그 깨어 있음은 오래 가지 못하고 곧 시듭니다. 이런 깨달음 역시 <선택-훈련-습관>의 도식을 필요로 합니다. 바로 이를 위한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공동전례기도의 수행이요 향심기도, 비움기도, 묵상기도, 명상기도, 관상기도, 렉시오 디비나등 온갖 영적 훈련과 습관화입니다. 참으로 평화의 주님을 기다리는 희망이, 기쁨이, 설렘이 평화로이 깨어 있게 합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그리스도는 평화의 일치의 원천이 됩니다. 주님은 바오로 사도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 이렇게 당신 안에서 두 인간을 하나의 새 인간으로 창조하시어 평화를 이룩하셨습니다.”

깨어 있음이 깊어가면서 주님과의 평화와 일치도 날로 깊어져 치유와 정화, 성화와 더불어 끊임없이 새 인간으로의 창조도 이루어집니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사랑의 일치도 날로 견고히 해주는 깨어 있음의 은총입니다.

“여러분은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그 모퉁잇돌이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전체가 잘 결합된 이 건물이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고 있습니다.”

영원한 현재진행형의 살아 있는 유기체 교회입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로서 한결같이 깨어 있는 삶이 교회의 성장과 성숙에 얼마나 좋은 긍정적 결정적 영향을 주는지 깨닫습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 안에서 깨어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에 참 좋은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