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8주간 목요일(2026년 5월 28일)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엉뚱한 지점에 제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그곳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예수님도 조연인 바르티매오도 아닌, 예수님과 바르티매오를 둘러싼 군중들의 반응입니다. 복음의 다른 치유 기적 사화에서 군중들은 목격자에 불과합니다. 군중들은 말없이 사건을 바라보며 다만 놀라움을 표시할 뿐입니다. 반면에 오늘 복음에 나오는 군중들은 사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반응합니다. 처음에는 바르티매오에게 나대지 말고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이 바르티매오에게 관심을 보이자 용기를 내라며 호의적인 태도로 돌변합니다. 그러나 정작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기적에 대하여는 아무도 놀라워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상황입니다. 그 군중 가운데 제가 서 있는 느낌이 듭니다. 공동체 안에서 누군가 새로운 도전을 제안하거나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두었을 때 보이는 저의 반응과 같기 때문입니다. “해 봐서 안다, 다 부질없다, 누가 알아주냐, 시키는 일이나 해라, 쟤만 조용하면 온 세상이 평화롭지.” 얼마나 많은 말과 생각으로 선한 이들의 용기를 꺾고 그들이 일으킨 기적 같은 일들을 무시했는지 돌이켜 보면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왜 나는 주님께서 일으키는 기적의 목격자로만 머물며, 정작 그 기적의 주인공이 되려고 하지 않았던가. 기적 같은 삶의 변화를 원하면서도 정작 주님께는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던 저의 모습을 반성하게 됩니다. 어떤 형제의 흉을 보면서도 그 형제의 생활이 개선되기를 바라지 않았고 장상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공동체의 실상을 비판하면서도 장상이나 공동체의 변화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이곳으로 와서 팔자에 없는 장상 노릇을 하다 보니 정말이지 기적이 아니고서는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3주간 동안 저의 힘이 미약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주님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 일도 안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바르티매오에게 기적이 일어났던 이유는 주님을 목청껏 불렀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의 변화를 위해서는 이런저런 궁리를 하는 것보다 우선 다 함께 마음을 모아 주님을 부르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기적이란 청하는 자의 믿음이 일으키는 것이므로 우리가 한마음으로 바치는 기도가 공동체 변화의 씨앗이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