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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0주간 화요일(2026년 6월 10일)

오늘 복음은 두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소금은 가장 기본적인 양념입니다. 저장 시설이 변변치 않던 시절 소금은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소금에 함유된 염분은 음식물의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소금에 절여진 음식에서 짠맛만 나는 것은 아닙니다. 소금은 부패를 더디게 하면서 음식을 알맞게 발효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감칠맛이라는 독특한 맛이 생겨납니다. 김치나 젓갈에서 나는 감칠맛은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며 한 번 맛을 들이면 쉽게 떼지 못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소금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나라에 속하지만 동시에 지상의 나라에 발을 딛고 살아갑니다. 하느님 나라는 그분의 뜻대로 다스려집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정의와 평화 그리고 사랑이 다스림과 살림의 원칙이 됩니다. 반면에 지상의 나라는 인간들의 탐욕과 이기심이 뒤엉켜 제멋대로 굴러갑니다. 부패하고 타락하기 쉬운 지상의 나라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소금의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혼탁한 세상에 섞여 살지만 자신의 영혼을 썩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동시에 하느님 나라 이상을 현실 세계에 구현해야 하는데, 이를테면 세상을 발효시켜 감칠맛을 만들어내는 임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세파에 짓눌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이웃들에게 감칠맛 나게 사는 재미를 알려주는 일 또한 그리스도인에게 부여된 사명인 것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시각은 다분히 이중적입니다. 전통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혐오하고 부정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원의 대상으로서 세상과 정화의 대상으로서 세속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악령이 판치는 어둠의 장소인 세속과 하느님 나라가 세워질 빛의 공간인 세상은 같은 곳에 동시에 존재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빛으로 살아가야 할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을 강조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원과 사명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탁월한 이미지는 없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합니다. 온 세상을 덮는 칠흑 같은 어둠도 깜빡거리는 한 점의 빛을 가리지 못합니다.

세례성사를 통하여 주님은 우리 마음에 초 한 자루를 켜놓았습니다. 불공평한 현실을 질타하고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을 탓하기 전에 내 마음속에서 촛불이 타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신을 태우지 않고서는 빛을 발산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염려하신 바도 이와 같습니다. 녹지 않는 소금은 짠맛을 낼 수 없고, 타버린 심지에서는 빛이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복음으로 무장하고 세상 속으로 파고들지 않는다면, 자기 포기와 희생이 이에 병행되지 않는다면 예수님께서 교회에 맡긴 이 땅의 하느님 나라 건설은 헛된 꿈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실 복음을 받아들일 만한 그릇이 되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왼뺨을 맞거든 오른뺨마저 돌려 대라, 오 리를 가자거든 십 리를 가라,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사랑을 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누가 선뜻 받아들이겠습니까? 깨어 있는 양심을 가지고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 소수의 사람들에게서 놀라운 힘이 발산됩니다. 바닷물에 녹아 있는 염분은 겨우 3.5%입니다. 그 미약한 농도의 염분이 온 우주에서 유일하게 이 지구에 처음으로 생명을 잉태하게 했으며, 30여만 종의 생물들이 깃들어 사는 생명의 천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아무리 큰 산이라도 작은 불씨 하나면 온 산을 태우는 데 충분합니다.

머릿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교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균형 잡힌 신앙 감각과 신앙의 질이 앞으로 교회의 미래와 세상의 운명을 판가름할 것입니다. 세상을 세례받은 사람들로 채우는 일보다 그리스도인 각자가 하느님 자비의 화신으로, 또는 제2의 예수로 살아가는지가 관건입니다. 다시 맞이한 한 주간 동안 우리 신앙생활을 다시 점검해보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깐깐하고 인색한 짠맛만 내는 생소금으로 사는 분들은 이제 이웃들 사이에서 자신을 녹이고 발효시켜서 감칠맛이 돌게 하시고, 내면도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마음속의 촛불이 사그라들고 있다면 심지도 돋워 주시고 촛농도 제거해 주시면서 빛이 제대로 나게끔 자신을 소중히 돌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