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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2주간 금요일(2026년 6월 26일)

오늘 독서는 유다 왕국의 최후의 순간을 상세하게 묘사합니다. 기원전 586년 치드키야 왕의 반란을 계기로 바빌론 군대가 예루살렘을 완전히 함락하였습니다. 영화로운 솔로몬 성전은 파괴되고 백성들은 포로로 끌려갑니다. 다윗에서 시작된 유다 왕국은 지상에서 사라집니다. 이때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빌론에서 50년간 유배생활을 합니다. 시편 저자는 서글펐던 유배생활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바빌론 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을 생각하며 눈물 흘렸노라. 언덕의 수양버들 나뭇가지에 우리의 수금을 걸어두었노라.”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바빌론 유배는 재앙이 아니라 유다교가 민족 종교에서 보편 종교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고대인들은 한 국가의 멸망을 국가를 보호하던 신의 패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빌론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그동안 자신들이 믿고 살았던 야훼 하느님이 누구인지 선조들의 역사를 다시 회고해 보게 됩니다. 그들은 이 사건을 통하여 전쟁의 신으로 부족을 수호했던 하느님, 엘 샤다이가 온 누리의 억조창생을 지어내신 엘로힘임을 깨달았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들의 조상들을 이집트 노예살이에서 해방시켜 약속의 땅인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으로 이끌어 당신 백성으로 만드신 분이 야훼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성경이 체계적으로 편찬되기 시작합니다. 모세오경과 신명기계 역사서가 바로 이때 쓰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빌론 유배를 하느님의 패배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을 단련시키고 정화시키려는 하느님의 치밀한 계획에서 비롯되었다는 영적인 해석을 내립니다. 조국을 잃은 유다인들은 바빌론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문화적 환경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하여 몸부림칩니다. 안식일 준수와 할례 같은 민족 고유의 관습을 더욱 엄격하게 지키며 신앙 공동체를 견고히 결속시킵니다. 이런 노력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선택된 민족이라는 자긍심이 생겨났고 이는 암울한 현실을 이겨내는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바빌론 유배 중에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예루살렘 성전이 신앙의 중심으로 기능을 상실한 것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어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와 예배가 거행될 수 없으니 하느님의 말씀이 성전의 역할을 대신하게 됩니다. 성경이 이동식 성전이 된 것입니다.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일이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이제 하느님께 바치는 제사이며 예배가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회당(시나고그)이 세워지고 그곳에서 랍비들이 성경을 가르치며 하느님의 지혜를 전수하게 됩니다. 참혹한 역사적 사건이 한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성장시키는 발판이 되기도 합니다.
개인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지사 새옹지마라, 길한 일이 흉한 일로 바뀌고 재앙이 복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네 인생은 모두 하느님의 손에 달려 있고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면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넓은 안목으로 우리의 삶을 이끄는 하느님 섭리의 손길을 발견하고 그에 의탁하는 하루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