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제22주간수요일
1독서: 1코린 3,1-9 <우리는 하느님의 협력자고, 여러분은 하느님의 밭이며 하느님의 건물입니다.>
복음: 루카 4,38-44 <나는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제목: 자라게 하시는 은총과 섬김의 길
1. 밭을 망치는 시기와 분열의 유혹
농사를 지어본 분들은 잘 압니다. 아무리 기름진 땅에 거름을 주어도, 잡초가 번지고 일꾼끼리 다투면 그해 농사는 망치고 맙니다. 코린토 공동체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복음의 기쁨을 받아들이고도 편을 가르며 마음의 벽을 쌓았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러한 분열을 향해 날카롭게 질타합니다.
“여러분은 아직도 육적인 사람입니다. 여러분 가운데에서 시기와 싸움이 일고 있는데, 여러분을 육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인간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1코린 3,3)
비난과 험담, 가시 돋친 시기는 모두 미숙한 육적 태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수도 공동체 안의 분열이 한가운데에 폭탄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경고하셨습니다. 성령께서 이루시는 일치는 획일화가 아니라 저마다의 결을 살리는 조화입니다. 봉헌 생활은 홀로 서는 여정이 아니라, 곁에 있는 자매의 한계를 품어 안으며 함께 하느님의 집으로 지어져 가는 동행입니다.
2. 자라게 하시는 하느님과 즉각적인 섬김
우리가 기억할 진실은 생명을 자라게 하는 힘이 오직 하느님께만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니 심는 이나 물을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자라게 하시는 하느님만이 중요합니다.”(1코린 3,6-7)
우리는 주님의 밭에서 일하는 작은 일꾼일 뿐입니다. 열매를 맺게 하시는 분은 오직 하느님이십니다. 이 은총을 깨달은 이는 공로를 앞세우지 않고 곧바로 겸손한 섬김으로 나아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앓아누운 시몬의 장모를 어루만져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가까이 가시어 열을 꾸짖으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즉시 일어나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루카 4,39)
치유받은 영혼이 머물 곳은 안락한 쉼터가 아닙니다. 머뭇거림 없이 일어나 자매들의 식탁을 차리고 발을 씻겨 주는 헌신의 자리입니다.
3. 외딴곳의 기도와 사명의 완성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환호와 붙잡음을 뒤로한 채 홀연히 발길을 돌리십니다.
“날이 새자 예수님께서는 밖으로 나가시어 외딴곳으로 가셨다.”(루카 4,42)
외딴곳에서의 기도는 모든 활동을 하느님 뜻과 잇닿게 해주는 영적 샘터였습니다. 칭찬에 기대지 않고 아버지의 뜻을 묻고자 침묵 속으로 물러나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그 기도의 힘으로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십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루카 4,43)
우리의 수도 여정도 이 침묵의 샘터로 돌아가야 지치지 않는 힘을 얻습니다. 분열을 물리치고 자라게 하시는 하느님께 맡겨 드립시다. 기도 속에서 길어 올린 사랑으로 곁의 형제자매들을 끝까지 섬겨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