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하느님 체험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신비를 체험한 순간, 경이로움과 놀라움에 입이 벌어질 따름입니다. 그다음 침묵이 흐르고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신비로운 경험을 한 사람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던진 후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를 잡은 베드로의 입에서 나온 탄식과 한숨도 같은 반응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기이하고 괴이한 일들을 하느님 체험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우리와 늘 함께하시므로, 일상의 사소하고 평범한 일들 가운데서 만날 수 있는 분입니다. 베드로도 자기 동네 앞에 펼쳐진 갈릴래아 호수에서 그물질을 하다가 예수님을 만났고 놀라운 일을 경험했습니다. 지겹도록 단조롭게 보이는 우리네 일상은 실제로 경이로움과 놀라움으로 충만한 신비 체험의 장입니다.
일상의 도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은 우리 베네딕도회 영성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네딕도회는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모토로 섬김과 살림의 삶을 살아갑니다. 사목과 선교 혹은 사회복지에 투신하는 여타 수도회들과는 달리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공동체는 땅에 기대어 하루하루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에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이 일상의 도는 사부 성 베네딕도의 유훈이지만 이 가르침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신 분은 오늘 교회가 기리는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입니다. 그레고리오 교황은 대화집 제2권을 통하여 사부 성 베네딕도의 생애를 세상에 알리셨고 수도규칙의 저자가 베네딕도 성인임을 밝혀 그 권위를 더해주셨습니다.
그레고리오 교황은 주교로서 또한 집정관 역할을 하며 이민족의 침입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로마를 지켜낸 분입니다. 정치 체제와 경제 질서가 무너지고 윤리·도덕적 가치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그레고리오 교황은 베네딕도 성인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모델로 제시했습니다. 베네딕도 성인의 삶에서 무너진 시대를 다시 세우는 데 필요한 덕목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용의 덕과 하느님의 뜻과 악령의 뜻을 구분하는 분별의 지혜, 그리고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바는 결코 제자들에게 가르치지 않았던 강력한 실천력. 이것이 그레고리오 교황이 당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고자 했던 교훈이며 풍요와 번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머지않아 닥칠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지혜일 것입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현명한 지도자를 내려주시어 우리를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교회 지도자들을 통하여 내려주신 혜안을 통해 우리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시기를 청하며 이 미사를 계속 봉헌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