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1코린 15,35-37.42-49 / 복음: 루카 8,4-15

씨 뿌리는 사람, 예수님의 자화상, 행복한 사람
“절망은 없다! 성화(聖化)의 여정”

“하느님 안에서 나는 말씀을 찬양하네.

주님 안에서 나는 말씀을 찬양하네.”(시편56,11)

사실 여기 불암산 기슭 남양주 성 요셉수도원에 38년 동안 정주하면서 때로 답답해했지만 <절망, 원망, 실망>의 삼망을 해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아마 저만큼 많이, 하루에도 수없이 하늘과 불암산을 바라보며 마음을 새로이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오래전 세편의 짧은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떠오르는 아침 해에

설렐 수 있는 가슴만 있다면

부끄럼 없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행복한 사람입니다”<행복한 사람; 1998.2.14.>

“절망하지 않는다

내 마음 늘 푸른 하늘이다

걱정, 아픔, 병, 생각, 감정…모두 떠가는 구름으로 여긴다

자연 현상으로 여긴다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나 언제나 자유로운 푸른 하늘이다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냥 흐르도록 내버려 둔다”<나 언제나 푸른 하늘; 1998.9.23.>

“절망, 좌절,

우울

삶에 대한 모독

하느님을 슬프게 하는 것”<죄; 1998.11.5.>

그리고 지금도 자주 바치는 행복기도 다음 대목입니다. <삼망三望>대신 <삼감三感>이 들어 있습니다.

“주님, 당신은 저의 모두이옵니다

제 사랑, 제 생명, 제 희망, 제 기쁨, 제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요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당신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행복기도;2018.10.18>

이 모두에 답은 오늘 복음의 <예수님>입니다. 진짜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습니다. 진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은 환경뿐 아니라 그 누구도, 무엇도 탓하지 않습니다. 그 어디든 뿌리 내리면 거기가 제자리 하늘나라입니다.

그저 묵묵히 한결같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주님의 넓고 깊은 시야를 지니고

깊고 넓게 멀리 내다보며

주어진 씨 뿌리는 일에, 책임에 충실합니다.

과정은 실패인 듯하지만 성공으로 드러납니다. 이런 과정이 그대로 성화의 여정입니다. 길에, 바위에, 가시덤불 한가운데 떨어져 실패인 듯 했지만 끝가지 최선을 다한 결과 좋은 땅의 풍성한 수확입니다. 저도 이런 마음으로 날마다 강론의 씨앗을 뿌립니다. 아마도 이렇게 항구한 수행이라면 마음의 박토도 언젠가는 옥토로 성화될 것입니다. 정말 오늘 복음은 신망애信望愛의 예수님의 자화상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 자라나서 백배의 열매를 맺었다.”

고진감래입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 은총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1부 결론입니다. 여기서 강조됐던 것은 씨 뿌리는 사람의 삶의 자세입니다. 예수님의 다음 외치는 천둥 같은 말씀이 우리의 무딘 마음을 일깨우며 정신 번쩍 들게 합니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2부 역시 풍부한 가르침을 줍니다. 탓 할 바 주님 말씀이 아니라 내 마음밭입니다. 길바닥, 바위, 가시덤불 같은 마음밭이라면 말씀이 자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고정불변의 나쁜 마음밭은 없습니다. 100% 하느님 은총에 달린 듯이 기도하고, 100% 내 손에 달린 듯이 사랑과 회개의 수행에 한결같이 온갖 인내로 노력을 다하는 것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한결같이 인내와 노력을 다할 때 <좋은 땅의 마음밭>에 풍성한 말씀의 열매들입니다.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서 열매를 맺는 사람이다.”

그대로 <읽고-묵상하고-기도하고-관상하는> 말씀의 렉시오 디비나 성독 수행과 훈련이 얼마나 좋은 땅의 마음 밭과 말씀의 풍성한 열매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깨닫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말마디가 <인내>입니다.

한곁같은 인내의 수행이 풍성한 말씀 열매의 수확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배웁니다. 결론은 <절망은 없다>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시종일관 주님 말씀의 학인으로, 주님 말씀의 전사로, 살아 있는 그날까지 <영원한 현역>으로 치열한 수행에 매진해야 함을 배웁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예수님의 자화상이자 예수님을 그대로 닮은 지칠줄 모르는 열정의 사도, 바오로의 자화상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좋은 마음 밭에 풍성한 말씀 열매들의 수확은, 성화의 여정은 죽음과 부활에서 그 절정을 보여줍니다. 주님은 바오로 사도를 통해 희망의 궁극적 실체를 보여줍니다.

“죽은 이들의 부활도 이와 같습니다.

썩어 없어질 것으로 묻히지만 썩지 않는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비천한 것으로 묻히지만 영광스러운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약한 것으로 묻히지만 강한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물질적인 몸으로 묻히지만 영적인 몸으로 되살아납니다.

우리가 흙으로 된 그 사람의 모습을 지녔듯이, 하늘에 속한 그리스도 예수님 그분의 모습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주님 부활의 영광을, 영원한 생명을 앞당겨 사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좋은 말씀의 열매들과 더불어, 죽어서가 아니라 이미 살아서 계속되는 우리의 예수님을 닮아가는 성화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하느님 앞에서,

생명의 빛 속에 걸어가리라.”(시편56,14ㄷㄹ).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