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독서: 코헬 11,9―12,8 <먼지가 흙으로 되돌아가고 목숨이 하느님께 되돌아가기 전에 젊음의 날에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복음: 루카 9,43ㄴ-45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제자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제목: 창조주를 기억하라
1. 흙으로 가는 육신
사람의 몸은 세월 앞에 정직하게 약해집니다. 코헬렛은 노화하는 몸을 낡아가는 집에 비유합니다.
손과 팔은 떨리고 허리와 다리는 굽어집니다. 이는 빠져 음식을 씹기 어렵고, 시력은 침침해지며, 닫힌 문처럼 귀도 어두워집니다. 언덕길은 숨차고 평지길조차 넘어질까 두렵습니다. 머리는 하얗게 세고, 가벼운 메뚜기조차 짐처럼 느껴질 만큼 걸음걸이는 굳어집니다.
마침내 은사슬이 끊어지고 우물가 두레박이 깨지듯, 생명의 줄이 풀리는 죽음이 찾아옵니다.
“먼지는 전에 있던 흙으로 되돌아가고 목숨은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로 되돌아간다.” (코헬 12,7)
우리는 한 줌 흙에서 왔기에 다시 흙으로 돌아갑니다(창세 2,7; 3,19 참조).
2. 헛된 통제를 내려놓음
코헬렛은 “젊은이야, 네 젊은 시절에 즐기고 젊음의 날에 네 마음이 너를 기쁘게 하도록 하여라”(코헬 11,9) 하고 권합니다. 방종이 아니라, 오늘 숨 쉬는 일상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알고 감사히 누리라는 뜻입니다.
이어 그는 엄중한 사실을 덧붙입니다.
“다만 이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께서 너를 심판으로 부르심을 알아라.” (코헬 11,9)
삶의 주인이 나 자신인 양 제멋대로 살아서는 안 됩니다.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모든 것이 허무로다!” (코헬 12,8; 1,2 참조).
이 외침은 비관이 아니라, 삶을 온전히 통제하려던 오만을 내려놓는 겸손한 고백입니다. 초대 교부 에바그리우스와 성 베네딕도가 가르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처럼, 죽음을 직시할 때 창조주 하느님 앞에서 오늘 하루를 깨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3. 십자가에 머무는 지혜
마귀 들린 아이를 고치신 뒤 군중이 환호하자, 예수님께서는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루카 9,44)
주님께서는 세상의 갈채 대신 그 뒤편의 십자가를 바라보셨습니다. “귀담아들어라” 하신 말씀은 성 베네딕도 규칙서 머리말의 “네 마음의 귀를 기울여 들어라”와 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두려움에 진실을 묻지 못했습니다(루카 9,45 참조).
십자가를 피하는 믿음은 참된 믿음이 아닙니다. 코헬렛이 말한 인간의 쇠퇴는 허무로 끝나지 않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집니다.
세상의 칭찬을 내려놓고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해야 합니다. 십자가 앞에 겸손히 머무를 때, 구원의 참뜻이 삶 안에서 드러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