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독서: 탈출 23,20-23 <나의 천사가 앞장설 것이다.>
복음: 마태 18,1-5.10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제목: 앞서 걷는 동반자
1. 광야 길에 약속된 인도자
이집트를 벗어난 이스라엘 백성 앞에는 거친 광야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길도 보이지 않고 맹수와 적들이 도사린 그 메마른 땅에서 주님께서는 분명한 약속을 건네셨습니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탈출 23,20). 그리고 “나의 천사가 앞장서서 … 데려갈 것이다”(탈출 23,23)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수호천사에 대한 교회의 오랜 믿음을 잘 보여 줍니다. 옛 교부들도 신자마다 삶을 지켜 주는 천사가 함께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교회는 처음에는 성 미카엘 대천사 축일에 모든 천사를 함께 기억했습니다. 그러다 15세기 유럽 여러 지역에서 마을을 돌보는 수호천사를 따로 기리기 시작했고, 1670년 클레멘스 10세 교황님께서 10월 2일을 온 교회가 함께 지내는 수호천사 기념일로 정하셨습니다.
지난 9월 29일 대천사 축일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천사의 높은 사명을 기린 날이었다면, 오늘 수호천사 기념일은 우리 곁에서 발걸음을 지켜 주는 천사의 따뜻한 손길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지금도 험한 세상을 걸어가는 우리 앞에 든든한 동반자를 앞세워 주십니다.
2. 지켜보고 계시는 천상의 시선
살다 보면 가족을 돌보느라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도 겉으로는 덤덤하게 삼켜야 하는 날들이 참 많습니다. 세상살이가 버거워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가장 작고 여린 어린아이를 앞세우시며 세상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셨습니다.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마태 18,10).
교회의 오랜 가르침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태어난 첫날부터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각자에게 수호천사를 보내 주십니다. 그 천사는 궂은 위험과 유혹에서 우리를 감싸 안고, 우리의 남모를 눈물과 기도를 하느님 앞에 정성껏 전해 줍니다.
험한 인생길에서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지혜롭고 든든한 천상 친구를 늘 우리 곁에 두셨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겸손해질 때, 우리는 발걸음마다 함께하는 그 은총의 손길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3. 서로를 하느님처럼 대하는 연대
수호천사를 믿는 마음은 나 자신이 든든하다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이웃을 바라보는 눈길까지 따스하게 바꾸어 줍니다. 세상 눈에 힘없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 뒤에는 하느님 아버지를 마주 뵙는 귀한 천사가 함께 서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잣대로 이웃을 함부로 대하거나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힘들고 외로운 처지에 놓인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는 일이야말로, 그들과 함께하는 천사를 귀하게 여기고 나아가 하느님을 우리 마음에 모시는 길입니다.
“그분이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네가 가는 모든 길을 지켜 주시리라.”(시편 91,11).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 주는 천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힘든 길을 함께 걷는 이웃 또한 하느님께서 극진히 돌보시는 소중한 사람임을 마음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