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독서: 갈라 1,13-24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드님을 다른 민족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그분을 내 안에 계시해 주셨습니다.>

복음: 루카 10,38-42 <마르타는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제목: 좋은 몫을 찾는 삶

1. 광야에서 얻은 침묵

한평생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리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걸음을 멈추고 전혀 다른 길을 걷는 때가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바로 그러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한때 … 하느님의 교회를 몹시 박해하며 아예 없애 버리려고 하였습니다”(갈라 1,13).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를 따로 뽑으시어 당신의 은총으로 부르신 하느님”(갈라 1,15)으로서 그를 돌려세우셨습니다. 교회의 큰 성인들도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삶의 방향을 온전히 바꾸었습니다. 바오로는 부르심을 받은 뒤에 사람들과 의논하지 않고 선임 사도들을 만나러 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곧바로 메마른 아라비아 광야로 들어갔습니다.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를 떠나 오직 하느님과 단둘이 만나기 위함이었습니다. 바오로는 복음을 전하기에 앞서 광야의 고요 속에서 주님의 뜻을 마음 깊이 새겼습니다. 이처럼 신앙인의 삶은 내 욕심을 비워 내고 은총으로 마음을 깨끗이 닦으며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길입니다.

2. 분주함을 넘어선 경청

우리는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바쁘게 일하다 보면 마음에 불평이 차오를 때가 있습니다. 삶의 중심을 잊고 눈앞의 일에만 끌려다니기 때문입니다. 마르타는 예수님을 집으로 정성껏 모셨으나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루카 10,40)고 복음은 전합니다. 결국 마르타는 예수님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루카 10,40) 하고 서운함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루카 10,41-42)라고 타이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의 정성 어린 봉사 자체를 나무라신 것이 아닙니다. 마음의 여유를 잃고 정작 가장 중요한 주님의 말씀을 놓치고 있음을 짚어 주신 것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필요한 한 가지는 하느님의 말씀을 귀담아듣고 마음에 담는 일입니다. 우리의 모든 봉사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 뿌리 위에 서 있어야 합니다. 말씀과의 만남이 메마르면 아무리 좋은 일도 지치고 섭섭한 마음으로 끝나 버립니다.

3. 참된 봉사와 관상의 조화

우리는 내 생각대로 하는 일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잘 가려내야 합니다. 마르타는 주님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자기 생각에 치우쳐 마음의 평화를 잃고 동생을 탓하고 말았습니다. 반면에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주님의 말씀에 온 마음을 기울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일상의 수고와 봉사를 소홀히 여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막의 옛 교부들은 “마리아는 마르타가 필요하다. 마리아가 칭찬을 받은 것은 마르타가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땀 흘려 이웃을 돕는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이 든든하게 받쳐줄 때, 주님을 바라보는 깊은 믿음도 참된 열매를 맺습니다. 오늘도 많은 걱정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주님의 말씀 앞에 가만히 머무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말씀의 반석 위에서 기쁜 마음으로 이웃을 섬겨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