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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1독서: 갈라 2,1-2.7-14 <그들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은총을 인정하였습니다.>

복음: 루카 11,1-4 <주님,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제목: 성모님과 함께 걷는 신비의 길

1. 묵주에 깃든 승리

1571년 10월 7일, 지중해 레판토 앞바다에서 기적 같은 승리가 일어났습니다. 전력으로 보면 도저히 이길 수 없던 싸움이었지만, 온 교회가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며 바친 묵주 기도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교회는 이 큰 은혜를 기억하며 매년 10월 7일을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지내고, 10월 한 달을 ‘묵주 기도 성월’로 봉헌하고 있습니다.

묵주 기도는 겉으로 보면 성모송을 반복하는 단순한 기도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본질은 주님의 구원 역사를 깊이 묵상하는 ‘복음의 요약’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예수님의 공생활을 묵상하는 ‘빛의 신비’를 더해 주시며, 이 기도가 세상에 평화를 심는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매일 손끝으로 굴리는 묵주 알은 성모님의 눈으로 예수님의 삶을 바라보고, 그분을 우리 삶 한가운데로 모셔 들이는 거룩한 발걸음입니다.

2. 묵주로 엮는 연대

이처럼 예수님의 삶을 품은 묵주는 작은 알들이 튼튼한 줄 하나로 이어져 온전한 고리를 이룹니다. 이 모습은 바로 우리 믿음의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 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회심한 지 14년 만에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야고보, 케파, 요한을 만납니다. 교회의 기둥이었던 그들은 베드로가 유다인들을 위한 사목을 맡았듯이, 바오로는 다른 민족들을 위한 사명을 받았음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바오로는 그들이 “친교의 표시로 나와 바르나바에게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하였습니다”(갈라 2,9)라고 전합니다.서로 맡은 역할은 달랐지만, 상대의 몫을 존중하며 묵주처럼 단단한 연대의 끈을 엮은 것입니다.

그 뒤 안티오키아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던 케파가 다른 민족들과의 식사 자리를 슬그머니 피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러자 바오로는 모든 사람 앞에서 그를 바르게 질책합니다. 이는 미움이나 권위 다툼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복음의 진리에 따라 올바른 길을 걷지 않는 것”(갈라 2,14)을 바로잡기 위한 참된 사랑의 권고였습니다. 사람의 체면과 두려움에 흔들릴 때, 진리와 사랑으로 서로를 바로잡아 주어야 공동체는 끊어지지 않는 묵주처럼 깊은 일치를 이룰 수 있습니다.

3. 주님의 기도로 채우는 삶

이렇게 우리가 서로를 품고 묵주를 쥘 때, 신비의 마디마다 가장 먼저 바치는 기도가 있습니다. 바로 ‘주님의 기도’입니다.

제자들은 기도하시는 예수님께 다가가 청했습니다.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루카 11,1). 이에 예수님께서는 먼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루카 11,2) 하고 하느님의 뜻을 구하라 하셨습니다. 그런 다음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루카 11,3-4)라며, 고단한 하루하루의 삶과 용서의 매듭을 하느님 앞에 솔직히 털어놓으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미사 안에서 성체를 모시기 직전 온 교우가 한마음으로 바치는 거룩한 준비이며, 성무일도의 아침저녁을 맺는 교회의 마침표입니다. 묵주 알을 넘기며 복음의 신비를 묵상하고, 주님의 기도로 용서와 맡김을 배우는 사람은 어떤 비바람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의 자비에 오늘 우리의 삶을 온전히 내어 맡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