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독서: 갈라 3,1-5 <여러분은 율법에 따른 행위로 성령을 받았습니까? 아니면, 복음을 듣고 믿어서 성령을 받았습니까?>

복음: 루카 11,5-13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제목: 성령을 청하는 밤

1. 한밤중의 두드림

고대 중동 지방에서는 한낮이 너무 뜨거워, 서늘한 밤을 틈타 먼 길을 여행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밤중에 예고도 없이 손님이 찾아오는 일이 잦았습니다. 당시에는 나그네를 잘 대접하는 것이 공동체의 아주 중요한 의무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손님에게 대접할 빵이 단 한 조각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가장은 체면을 다 버리고 이웃집 대문을 두드립니다. “여보게, 빵 세 개만 꾸어 주게.”(루카 11,5) 한밤중에 염치 불고하고 매달립니다. 이렇게 끈질기게 문을 두드리는 것은 이웃을 괴롭히려는 것이 아닙니다. 문 안쪽에 빵이 있다는 확신, 그리고 저 친구가 결국은 문을 열어줄 거라는 굳은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깊은 신뢰와도 같습니다.

2. 은총의 시작과 끝

이렇게 간절하게 문을 두드리는 모습은 우리의 신앙생활과 무척 닮았습니다. 사람의 힘이나 공로만으로는 결코 구원의 문을 열 수 없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갈라티아 교우들에게 엄하게 경고했습니다. “성령으로 시작하고서는 육으로 마칠 셈입니까?”(갈라 3,3) 처음에는 성령의 은총으로 신앙을 시작해 놓고, 나중에는 마치 인간적인 능력이나 겉치레로 구원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동안 체험한 귀한 은혜가 헛되지 않도록,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지 말고 본래의 복음과 십자가 은총으로 돌아갈 것을 단호하게 당부합니다.

3. 참된 선물 성령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끈기 있게 매달리는 자녀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도 기도를 포기하지 말라며 분명하게 일러주셨습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루카 11,9)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드리는 성실한 기도는 하느님을 향한 가장 단단한 믿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끝까지 청하는 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내어주십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루카 11,13) 기도는 그저 세상의 물질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에 가장 좋은 선물인 성령을 모시는 참된 길입니다. 문을 두드리는 손에 힘이 빠질 때마다, 성령을 예비하고 계신 하느님 아버지를 굳게 믿고 다시 힘차게 은총의 문을 두드려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