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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1독서: 에페 1,15-23 <하느님께서는 만물 위에 계신 그리스도를 그분의 몸인 교회에 머리로 주셨습니다.>

복음: 루카 12,8-12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그때에 알려 주실 것이다.>

제목: 깨끗한 빵이 되는 삶

1. 맹수 앞의 밀알

서기 107년, 로마 제국의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던 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안티오키아 교회의 주교 이냐시오 성인입니다. 사도들의 숨결과 가르침을 직접 이어받은 세대인 ‘사도 교부’였던 그는, 로마 원형 경기장의 맹수형을 앞두고 로마 교회 신자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자신을 구출하려 애쓰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밀알이다. 짐승들의 이빨에 가루가 되어 깨끗한 빵이 되리라.”(영성체송) 성인은 참혹한 죽음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대 위에 바쳐지는 성체처럼, 자신의 목숨을 그리스도께 온전히 바치고자 했습니다.

2. 참된 교회의 신비

죽음을 향해 압송되는 고된 여정 중에도 이냐시오 성인은 일곱 통의 소중한 서간을 남겼습니다. 성인은 스미르나와 트로아스에 머물며 로마를 비롯한 소아시아의 여러 지역 교회와 폴리카르포 주교에게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 특히 스미르나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성인은 역사상 처음으로 ‘가톨릭교회’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주교를 중심으로 사제와 부제가 하나로 뭉칠 때 성체성사의 참뜻이 지켜진다고 가르쳤습니다. 교회는 단순한 친목 모임이나 인간적인 조직이 아닙니다. 바오로 사도의 선언처럼 “만물 위에 계신 그분을 교회에 머리로 주셨으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에페 1,22-23)입니다. 머리이신 주님의 생명이 흘러나와 온 세상을 채우는 거룩한 신비체입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와 하나 된 교회 안에서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배웁니다.

3. 성령께 여는 마음

그 일치의 믿음 안에서 오늘 주님께서는 사람들 앞에 당신을 당당하게 증언하라고 이르십니다. 그러면서 엄중한 경고를 덧붙이십니다. “성령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루카 12,10) 지상 시절 예수님의 겉모습만 보고 오해했던 죄는 깨닫고 회개하면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이 주시는 성령의 은총을 알면서도 거부하고, 끝까지 마음을 닫아거는 고집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자비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사람 스스로가 회개의 문을 닫아걸기 때문입니다.

4. 일상의 성사적 삶

우리가 바로 지금 그 닫힌 문을 열어야 합니다. 우리는 비록 사나운 맹수 앞에 서지 않지만, 매일 삶의 거친 맷돌 위에서 갈라지고 부서지는 일상의 순교를 겪습니다. 내 생각과 고집을 꺾고 하느님 자비 앞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그때에 알려 주실 것이다.”(루카 12,12)라는 약속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이웃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깨끗한 사랑의 빵이 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