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독서: 에페 2,1-10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시고 하늘에 앉히셨습니다.>

복음: 루카 12,13-21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제목: 모든 선행의 열매는 하느님의 선물

1. 값없이 주신 선물

구원은 우리가 잘해서나 율법을 잘 지켜서 받는 것이 아닙니다. 사도 바오로는 에페소서에서 “여러분은 믿음을 통하여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여러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에페 2,8)라고 선언합니다. 교회 역사 속에서 인간의 노력만으로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펠라기우스주의가 단죄된 이후, 5세기 요한 카시아누스를 비롯한 반(半)펠라기우스주의 세력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펠라기우스의 오류를 절반만 닮아 구원에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하느님을 믿고자 하는 첫 시작이나 믿으려는 의지는 인간의 힘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529년에 열린 제2차 오랑주 교회회의는 이 주장을 단죄하고, 하느님을 향한 첫 신앙과 믿으려는 의지조차 성령의 선행적 감도와 은총의 선물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16세기 트리엔트 공의회 역시 이 진리를 이어받아 우리 안에서 일하시는 구원의 모든 움직임이 하느님의 무상적 선물임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의롭게 만든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에페 2,10)라는 말씀처럼, 우리는 선행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새로 창조된 사람들이며, 우리가 행하는 선행조차 하느님께서 미리 준비해 두신 은총의 열매입니다.

2. 곳간에 갇힌 어리석음

하느님이 거저 주시는 은총을 마다하고 자기 힘과 업적만 믿는 태도는 결국 망하는 길로 이어집니다. 루카 복음서에 나오는 부자는 농사가 잘되자 하느님과 이웃은 생각하지 않고 내 곳간과 재물만 생각했습니다. 내일 일이나 내 생명까지 내 힘으로 어쩔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바로 성경이 말하는 진짜 어리석음입니다. 사람은 자기 수명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부자에게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루카 12,20)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쥐고 있는 재물은 죽음 앞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오늘 밤 당장 목숨을 찾으시는 하느님 앞에서 땅에 쌓아둔 썩어질 곳간은 아무런 대답도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3. 하늘에 쌓는 보물

은총을 거저 받은 사람은 자기 힘으로 곳간을 채우는 삶을 살지 않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진짜 부자는 재물을 혼자서만 쌓아두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은총과 나눔, 자선과 사랑을 베풀며 영적인 보물을 하늘에 쌓는 사람을 뜻합니다. 진짜 부유함은 땅의 재산을 꽉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과 바른 관계를 맺고 그분이 주시는 은총을 누리며 사랑을 나누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미리 예비하신 착한 길을 기쁘게 걸어갑시다. 그리고 모든 은총의 주인이신 주님을 바라보며, 오늘도 우리에게 거저 주신 은총의 선물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