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독서: 에페 4,1-6 <그리스도의 몸은 하나입니다.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입니다.>
복음: 루카 12,54-59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제목: 길 위에서 이루는 일치
1. 하늘의 바람과 영적인 때
예수님 시대 사람들은 하늘의 구름과 바람만 보고도 비가 올지 날이 더울지 내다보았습니다. 요즘 우리는 매일 일기예보를 챙겨 보며 날씨를 압니다. 비 소식은 물론이고 기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도 미리 확인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할 때는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옷차림부터 재빠르게 챙깁니다. 이처럼 우리는 몸의 건강을 지키고 세상 형편을 살피는 일에는 참 민감합니다. 하지만 정작 내 영혼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잊고 삽니다. 하느님께서 내 삶에 건네시는 은총의 때도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점을 분명하게 짚으셨습니다.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루카 12,56) 눈앞의 일에만 매달려 정작 내 영혼을 구하는 때는 보지 못하는 우리를 깨우치시는 말씀입니다.
2. 순례길 위에서의 화해
지금 우리가 알아차려야 할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이웃과 화해할 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길을 가는 동안에 서둘러 화해하라고 가르치십니다.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재판관에게 갈 때, 도중에 그와 합의를 보도록 힘써라.”(루카 12,58) 재판관에게 걸어가는 그 길은 바로 오늘 우리가 걸어가는 인생길입니다. 하느님 앞에 서는 날이 오기 전에, 숨 쉬고 살아 있는 지금이 마음의 앙금을 풀어야 할 때입니다. 가슴에 미움과 원망을 품고 살아가면 내 마음부터 메마른 감옥에 갇힙니다. 화해는 나중으로 미룰 일이 아닙니다. 내 영혼이 살기 위해 지금 당장 내려놓아야 합니다.
3. 성령 안에서 맺는 한 몸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화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참된 일치를 이룹니다. 사도 바오로는 감옥에 갇힌 몸으로 간곡하게 권고합니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에페 4,2-3) 일치는 상대를 내 고집대로 꺾는 일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보듬어 주는 일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우리가 결코 갈라질 수 없는 한 가족임을 일깨웁니다. 우리는 한 몸을 이루고, 한 성령과 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며, 한 주님을 따르고, 하나의 믿음과 하나의 세례를 받았으며, 마침내 만물의 아버지이신 한 분 하느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 일곱 가지 일치의 기초가 바로 우리를 묶어 주는 뿌리입니다.
그러므로 인생길이 다 끝나기 전에 곁에 있는 이웃과 맺힌 것을 풀어야 합니다. 서로를 넓은 마음으로 품어 주며 하느님께서 묶어 주신 평화의 끈을 단단히 붙들고 걸어갑시다.

